AI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나 데이터가 아닌, 고성능 반도체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기술 전쟁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칩 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교수는 반도체가 AI 혁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 혹은 10년 동안 AI 발전을 보면, 기술 발전의 대부분이 더 나은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 또는 데이터가 아니라 더 나은 반도체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AI가 훨씬 효율적으로 컴퓨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빅테크의 전쟁터, 실리콘밸리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기술의 주도권을 둘러싼 빅테크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의 기업들은 모두 AI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자체 AI 모델 개발과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대규모 자본 투입과 인재 영입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AI 공급망의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며, 이는 엄청난 양의 반도체를 필요로 합니다."
AI 시대의 엔진, 괴물 칩 블랙웰
최근 출시된 고성능 GPU ‘블랙웰’은 AI 시대를 이끄는 핵심으로 꼽힌다. GPU 한 대의 가격은 약 5천만 원에 달하며, CPU와 결합된 AI 가속기는 1억 원 이상에 판매된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수백, 수천 개의 AI 가속기들은 이미 출시 전부터 완판되며 AI 기술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과 PC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AI가 반도체 산업을 재편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TSMC, 엔비디아,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반도체 제조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반도체가 AI 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확장의 가능성
AI 기술은 서비스, 제조,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반도체는 이 변화를 이끄는 거대한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AI 시스템 학습 분야에서 9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지만, 크리스 밀러 교수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예견했다.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이룬 성공은 놀라운 일이지만, 성장하는 AI 시장은 다른 반도체 제조사들에게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누구일까.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처럼, AI를 통해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기업이 세계 경제의 판도를 재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