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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 시장에서 ‘듀프 소비’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듀프(dupe)’란 ‘duplicated(복제된)’의 약자로,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품질과 디자인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소비 형태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매체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2023년 미국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51%가 ‘듀프 제품을 찾는 것이 즐겁다’고 답했으며, 중국에서는 ‘듀프’를 뜻하는 단어 ‘핑티’의 검색 횟수가 3년간 3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듀프 소비는 흔한 현상이 되었으며, 다이소 등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대체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듀프 소비의 다양한 사례
패션: 명품 감성, 합리적 가격
패션 분야는 듀프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미국 월마트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모방한 ‘워킨백(Wirkinbag)’을 약 10만 원대의 가격에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에르메스 버킨백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데 반해 워킨백은 천연 소가죽과 합성 가죽을 혼합해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했다. 이 제품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출시 직후 매진되었다.
▲‘에르메스
버킨백’과 유사한 월마트의 듀프 상품 '워킨백'/이미지=월마트
또한, ‘요가복계 샤넬’이라 불리는 룰루레몬의 레깅스를 대신할 저렴한 대체품으로 CRZ요가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향수 브랜드 ‘도시어’는 톰포드와 조말론 같은 고가 브랜드의 향을 참고해 비슷한 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사례: 다이소의 저렴한 명품 대체품
국내에서도 다이소 제품들이 듀프 열풍을 이끌고 있다. ‘샤넬 저렴이’로 불리는 다이소의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은 6만 3천 원짜리 샤넬 립앤치크밤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면서도 단 3천 원대의 가격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또한, 다이소는 지난여름 초냉감 의류인 ‘이지쿨’을 출시해, 고가의 냉감 티셔츠에 비해 3천~5천 원대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행: 비용 절감, 만족도 유지
듀프 소비는 여행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듀프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대신할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여행지를 찾는 트렌드다. 예를 들어, 서울 대신 대만 타이베이, 그리스 산토리니 대신 파로스 등이 듀프 여행지로 추천되고 있다. 글로벌 여행업체 익스피디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듀프 여행지가 더 흥미롭다’고 답하며 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듀프와 짝퉁의 차이
듀프 제품은 위조품과는 다르다. 위조품은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불법적으로 복제한 반면, 듀프는 합법적으로 제작된 대체품이다. 소비자가 대체품임을 알고 구매하며, 디자인이나 품질에서 법적 문제를 피하도록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지만 일부 듀프 제품은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Pexels
듀프 소비의 장단점
고물가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듀프 소비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가 브랜드의 과도한 가격 정책에 반감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대체품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듀프 제품의 품질 저하와 윤리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듀프 제품은 저렴한 소재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오리지널 디자인을 보호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듀프 소비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명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품질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선호하며, 이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품질과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듀프 소비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으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논의와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