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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
오늘은 서울을 떠난지 3일만에 진도를 거쳐서 해남으로 가는 날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진도였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2014년 일어난 사고의 현장을 늦게나마 가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1. 팽목항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사고는 온 국민들을 슬픔에 빠지게 했습니다. 아직도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 사고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찾아간 팽목항의 세월호 사고 추모공간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돌아가는 길에 만난 동네 주민이 한 말은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빨리 잊는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랐으면 지금쯤 다들 성인이 되었을텐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할 텐데, 차가운 바다에 아이들을 먼저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돌아서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한 시간이었습니다.
2. 운림산방
진도에 위치한 운림산방은 세계에서 유일한 일가 직계 5대의 화맥이 2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화맥의 산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 선생이 49세(1856년)에 한양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저술활동을 하던 곳으로 초기에는 소허암 또는 운림각으로 불렸습니다.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 허건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된 운림산방은 첨찰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진도가 낳은 남종화의 거장 소치 허련은 초의선사의 천거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하에 입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서화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뛰어난 재능으로 스승인 추사 김정희에게 인정을 받은 소치 허련은 당대 최고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림산방에는 5대를 지나면서 남겨진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기도 하지만 디지털과 결합한 작품으로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진도를 찾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3. 진도타워
진도타워는 진도대교 근처에 있는 망금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전을 기념하고 진도관광의 랜드마크로 군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진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7층 전망대에서는 울돌목과 세방낙조, 영암 월출산, 해남의 두륜산까지 조망할 수 있습니다.
4. 신창손 순대국밥
진도를 둘러보고 해남으로 가면서 들렸던 오늘의 점심장소는 몇 년 전에 방영된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지구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순대국’이라는 극찬을 했던 식당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면서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앞으로 유시민 작가의 말은 믿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순대국을 좋아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맛이 특별하지도 않고 양이 푸짐한 것도 아니어서 다시 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5. 해남-대흥사
대흥사가 창건된 건 대략 1,500여년 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대규모 사찰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지만 서산대사가 유언으로 자신이 죽은 후에 대흥사에 자신의 몸을 맡겨달라고 한 이후부터 많은 인재들을 배출하며 대규모 사찰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사(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중에 하나인 대흥사에는 정조대왕, 추사 김정희 등 당대 최고의 사람들은 쓴 현판들이 걸려있으니 그것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6. 미황사
미황사(美黃寺)는 달마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육지 가장 남쪽에 있는 사찰입니다. 미황사 사적비의 내용에 따르면 통일신라 때인 749년(경덕왕 8)에 처음 지었다고 합니다.
미황사는 해남의 불교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사찰이며, 미황사의 괘불재 등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불교문화 자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황사는 이나영이 출연한 '박하경 여행기'에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7. 땅끝전망대, 땅끝표지석
육지의 가장 끝, 땅끝이라고 불리는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땅끝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진도에서 완도까지 서남해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맑은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전망대까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땅끝마을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기 좋은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도 좋다고 하네요.
제가 오늘까지 3일째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전망대, 'OO봉' 같은 곳을 오르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땅끝표지석은 땅끝전망대가 아니라 땅끝선착장 입구에 있습니다.
신종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