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여행 1일차
일주일 내내 장마예보가 내려진 가운데,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서 예정대로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전국을 3주정도 돌아보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들 중에 가보고 싶은 곳들을 둘러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을 하고 첫 번째 계획은 당진에 들러 친한 후배와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당진에 가면 ‘면천가든’이라고 어죽을 기가 막히게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 곳은 제 개인 리스트로는 전국 열 번째 맛집 안에 들어갈 만큼 맛이 뛰어난 곳입니다. 그래서 친한 후배와 점심을 먹고 첫 번째 목적지인 ‘군산’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전체적인 여행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당진 약속이 취소되었고 저는 바로 군산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1. 장자도 대장봉
서울을 출발해서 5시간 가까이 달려서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장자도의 대장봉을 찾았습니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전망대를 오르는 등산길이 걱정은 되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밑에서 보고만 가는 게 억울해서 전망대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하시는 분에게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는데 편도로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말한 20분이 거짓말이라는 건 산을 오르기 사작한 지 얼마 안되서였습니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가파른 산길과 중간중간에 있는 바위들은 되돌아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간 정상에서는 안개 때문에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에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물론 맑은 날씨에 깨끗하게 보이는 모습이었다면 그것 또한 장관이었겠지만, 흐린 하늘에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도 그에 못지 않게 멋있었고, 잊지 못할 모습이었습니다.
산을 내려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올라간 산길 말고 계단을 통해서 조금 쉽게 정상에 올라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안내판 같은 게 없어서 그 길을 못 찾아서 산길을 통해서 전망대에 오르느라 힘은 들었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힘든 걸 잊기에 충분할 만큼 멋있었습니다.
P. S
배가 고파서 대장봉을 내려와서 호떡을 하나 먹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장자도에 호떡집이 왜 이렇게 많을까’였습니다. 몇 명에게 물어보았지만 명쾌하게 답을 해주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2. 전국 5대 짬뽕집 ‘복성루’
오후4시까지만 영업을 하며 전국5대 짬뽕집으로 알려진 ‘복성루’는 얼마전 주인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식당은 원래 주인이 바뀌면 그 맛을 이어가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식당을 찾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군산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맛은 변함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식당에 도착을 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전에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안되는 부분이 있지만 진한 국물 맛에 듬뿍 올려진 고기와 해산물, 약간 굵은 면발이 독특했습니다. 직접 맛을 보니 왜 전국 5대 짬뽕집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습니다.
3.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외
복성루에서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오후2시에 시작하는 해설사와 동행하는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비가 와서 투어가 진행되는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투어가 출발하는 근대 역사박물관으로 갔는데, 해설사 투어를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여서 해설사분과 1:1로 2시간동안 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해설사를 하시는 분은 한국사를 전공하셨고 몇 년 전까지 고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으로 일을 하시다가 퇴직을 하시고 지금은 해설사로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군산에 일제시대 때 지어진 건물이 많이 남아있고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설사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를 통해서 왜 일본이 군산에 왜 그렇게 눈독을 들였는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중요하게 생각하던 군사의 요충지이기도 했던 군산은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할 만큼 역사적인 가치도 높은 지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4. 신흥동 일본식 가옥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1935년 사용 승인된 것으로 건축물 대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일부가 증축되었고 주출입구를 비롯하여 부엌, 지붕 일부가 교체되고 변형되었으나 전체적인 구조와 평면 구성 등은 초기 형태와 용도에서 별 다른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목조 1층 건물로 벽체는 심벽에 목재 비늘판벽과 회벽으로 마감하였고 지붕은 모임지붕에 기와를 얹어 마감하였습니다. 건물의 전면에는 차양을 달았고 측면과 후면에는 함석을 얹은 부섭지붕이 달려있습니다. 중규모 정도의 목조 주택으로 요철이 많은 평면의 건물로 건물의 앞쪽에 정원을 두었으며 복도를 통해 객실과 방, 부엌 등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군산에 현존하는 근대기 주택으로서 규모도 작지 않은 편이며 전체적인 변형의 정도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붕의 누수 등으로 전체적으로 노후화되었지만 벽체, 창호, 내부 공간의 구성에서 군산의 근대기 주택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물입니다.
군산에는 역사적 가치를 가진 많은 건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체계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설사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오디오가이드를 통해서 중요한 해외 언어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5. 초원사진관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 된 이곳은 영화가 개봉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6.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은 1944년 전라북도 군산시 경암동에 준공하여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km 철로 주변의 마을을 총괄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마을이 위치한 행정 구역 명칭에 따라 철로 주변에 형성된 마을을 경암동 철길 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1944년 일제 강점기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동네를 이루었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경암동 철길은 일제 강점기인 1944년에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으며,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불렸으며 1970년대 초까지는 “고려 제지 철도”, 그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혹은 “세풍 철도”로 불리다 세풍 그룹이 부도나면서 새로 인수한 업체 이름을 따서 현재는 “페이퍼 코리아선”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철길마을의 건축물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건축된 것이 대부분이며 벽 색깔은 대부분 푸른색, 자주색, 노란색 계열의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문의 모양이 다양하여 알루미늄으로 만든 문, 판자로 만든 문, 양철로 만든 문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오늘 가본 경암동 철길마을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고 가게들도 거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뿐이었습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는 장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철길마을 주변에 있는 가게들도 더 다양하게 구성하면 좋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7. 군산지역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맛집, 빈해원
1950년대에 지어졌으며, 한국전쟁 이후에 군산에 정착한 화교가 운영하는 음식점입니다. 군산 빈해원은 근대기 군산에 정착한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빈해원 내부로 들어가면 중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빈해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짬뽕은 하루에 한끼만 먹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산에서 짬뽕을 드실 분은 복성루로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8. 전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
군산 이성당은 1910년 초반 이즈모야 제과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1945년부터 이성당이 운영하여 현재까지 한 장소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제과점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팥빵과 야채빵은 만들어지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이성당의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신종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