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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일차
오늘은 서울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지 4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여행을 지속하는 게 괜찮겠냐는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비가 잦아들거나 그쳐서 아직까지는 기분 좋게 여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보성의 녹차밭과 통영의 몇 곳을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1. 보성, 대한다원
보성은 우리나라 차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차 산지입니다. 보성 지역에 대규모로 차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인들이 차의 재배지로 선택한 곳이 보성이었습니다. 기후가 온화하고 강수량이 충분하며 산 사면이 잘 가꾸어져 있어 차 재배지로 최적이었던 것입니다.
보성에는 여러 차밭이 있는데 그중 일반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바로 대한다원입니다. 한 통신사의 광고로 처음 대중에게 소개되었고, 이후에 광고나 영화 등에서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늘 찾아간 대한다원은 안개가 낀 모습과 녹색의 차밭이 어우러져 장관이었습니다. 대한다원은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산책 겸 한 바퀴 둘러보시고 나오는 길에 처음 딴 잎으로 우려내는 녹차를 한잔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2.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과 '피랑'이라는 말이 합쳐진 말입니다. '피랑'은 '비탈'의 통영 사투리인데 그 앞에 '동쪽'을 나타내는 말 중 '동'만 떼어 붙인 것입니다.
2007년 10월 전국적으로 동피랑길에 그림 그릴 사람들을 모았고, 그 사람들이 마을 담과 벽 길 등에 온통 그림을 그렸고 바닷가 언덕마을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동피랑 골목길은 갈래가 수십 개이며, 그곳에 그려진 그림은 마을을 동화나라로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골목 여기저기에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볼 만한 곳이지만 정상에 있는 동피루에서 바라보는 강구안 바다의 모습도 장관입니다.
3. 통영, 서피랑
서피랑은 동피랑과 함께 지역 내 대표적인 달동네로, 해방 이후 집장촌이 형성되면서 지역민조차 찾기를 꺼리는 천덕꾸러기 동네로 전락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집장촌은 자연스레 정비됐지만 마을은 이미 활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2013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마을은 중앙을 관통하는 200m 길을 '인사하는 거리'로 지정하면서 활력을 점차 찾기 시작했습니다.
거리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일에 주민들이 직접 나섰고 집장촌을 오르내리던 서피랑 99계단은 벽화와 조형물이 조성된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역사 유적을 스토리텔링화한 마을만들기 사업도 병행했습니다. 서피랑 아랫마을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출생지이자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배경지로 서문고개, 간창골, 명정샘 등이 등장하는 문학 동네인 것을 활용했습니다.
서피랑 정상에 위치한 서피루에서는 통제영과 통영의 중심항인 강구안, 맞은편 동피랑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비경을 자랑합니다. 서피루는 전국 사진작가가 선정한 사진찍기 좋은 명소이기도 합니다.
4. 통영, 충렬사
충렬사는 경상남도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물이며, 이순신 장군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1606년(선조 39) 제7대 통제사 이운룡이 세웠으며, 1663년(현종 4) 사액(賜額)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역대의 수군 통제사들이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충렬사는 본전(本殿)과 정문(正門) ·중문(中門) ·외삼문·동서재·경충재·숭무당·강한루·유물전시관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물전시관에는 명나라 만력제가 내린 8가지의 선물인 명조팔사품(보물 440호)과 정조가 충무공전서를 발간하고 1질을 통영 충렬사에 내리면서 직접 지어 내린 제문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5. 통영, 박경리 기념관
통영은 수많은 문화예술가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분이 바로 박경리 선생님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랐으며 통영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기신 선생님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박경리 기념관입니다.
기념관에는 선생님이 대표작인 토지의 친필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박경리 선생님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영상도 상영되고 있으며, 그가 집필한 수많은 작품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신종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