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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신문기사였다.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에 어마어마한 홍보비를 쏟아부으면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었다. 하나의 영화가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리뷰 및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는 분명히 좋은 영화이거나 아니면 홍보팀 직원들이 발품을 많이 팔았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히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기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주연 배우로 나오는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전작인 ‘그랜 토리노’라는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의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이 영화를 ‘코치카터’나 ‘애니기븐 선데이’와 비슷한 부류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냥 스포츠를 주제로 만든 감동적인 영화일 것이라는 것이 영화에 대해서 받은 첫 인상이었다.
영화의 감독이나 주연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과 여러 매체에 소개된 내용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감동적인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이하 ‘인빅터스’)는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분열된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어 나가려는 평화와 화합을 주제로 한 감동적인 영화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빅터스’는 흑백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이하 ‘만델라’)라는 인물이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는 노력의 과정을 럭비라고 하는 스포츠를 매개로 삼아서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인빅터스’는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태생적으로 감동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힘든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감동을 크게 높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큰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사실과 허구를 얼마나 잘 버무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감동이 없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로 그칠 수 있는 이 영화를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괜찮은 영화로 만들면서 그만이 가진 특별한 시각을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인빅터스’는 영화의 주요 스토리가 되었던 럭비월드컵보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가 보여주는 흑백의 갈등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훨씬 더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영화이다. 당시 최약체였던 남아공 럭비팀이 세계 최강인 뉴질랜드 럭비팀을 상대로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지만 뒤에 숨겨진 스토리는 감동을 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남아공 럭비팀이 우승을 하는 장면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인종차별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만델라가 당시 대통령궁에서 일하는 백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그만두거나 쫓겨나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백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당신들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은 짐을 싸기 위해 분주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을 하고 안하고는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누구도 당신들의 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남아서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국가를 만들어 주십시오.”
만델라의 행동은 그가 얼마나 깊은 고민을 통해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고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가 보여준 행동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자신의 선조들과 자신들이 겪어온 역사의 아픔을 후세들에게까지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사람의 노력이 어떻게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는지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신종수 작가